대장암 부르는 적색육, 숨은 원인은 '이 미네랄' 때문?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적색육의 섭취량이 100g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17% 증가한다. 이에 iarc는 적색육을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적색육이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철분이 피린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iron-fe3+-dependent reactivation of telomerase drives colorectal cancers, 철분 의존적 텔로머레이스의 재활성화와 대장암간의 관계)는 미국암학회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 게재됐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조직을 분석해 철분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어떻게 높이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피린이 철분과 결합하면 텔로머레이스의 주요 단위인 htert가 활성화되어 대장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린은 체내 철분을 감지하는 단백질로, 대장암 세포가 철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때 활성화되어 이와 결합한다. 이때 텔로머레이스라는 효소가 활성화되는데, 이 효소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 dna를 추가하여 세포의 무한 분열을 가능케 한다. 텔로머레이스 활성화는 대부분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성으로, 암세포의 지속적인 분열과 생존을 돕는다.
연구진은 또한 sp2509라는 물질이 철분과 피린의 결합을 억제해 htert 재활성화를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에서 sp2509를 투여한 그룹의 종양 크기가 5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철분과 피린의 수준이 높은 종양에서 sp2509의 억제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는 과도한 철분이 대장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첫 사례로, 피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연구진은 sp2509가 특정 대장암 유형에 더욱 효과적임을 확인했으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sp2509의 치료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